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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커스]4.3직권재심 및 특별재심 청구, 이렇게 하세요
  • 작성자 : 4·3평화재단 작성일 : 2022-06-13 조회수 : 68

제주4·3 당시 도민들은 불법성이 명확한 재판(군사재판 2530·일반재판 1800여명 추정)을 받고도 70여년 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다. 상당수가 군·경에 의해 살해를 당한 데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어도 서슬 퍼런 군사정권 아래서 당신과 가족이 불이익을 당할까 봐 입을 굳게 다물어 버린 것이다.

 긴 침묵을 깬 것은 군사재판을 받았던 생존수형인 18명의 '용기'였다. 지난 2017419일 제주지방법원에 재심을 청구한 것인데, 당시 18명의 나이는 많게는 97, 적게는 85세였다.

 이들의 재심 청구를 두고 법조계뿐 아니라 도민사회까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공소사실(범죄사실)이 특정되지 않는 등 재심 사유가 충족되지 않았을뿐더러,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리·재판 과정에서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형무소에 수감됐다"는 생존수형인들의 생생한 증언과 함께 군사재판의 불법성까지 속속 확인되면서 반전을 맞았다. 당시 기억을 더듬어 보면 18명은 휠체어에 의지하거나 가족의 손을 잡고 법정에 출석, 재판 도중 재판부에 할 말이 있다며 손을 들기도 했으며, 재판부 역시 방청석과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법정이 아닌 자유토론장을 방불케 했다.

 결국 2019117일 제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제갈창 부장판사)"단기간에 다수의 사람을 집단으로 군사재판에 회부했는데, 예심조사 및 기소장 등본 송달 등 재판 절차가 제대로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무죄 취지인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재심 청구의 길 열렸다

공소기각 판결 이후 수형생존인과 그 유족의 재심 청구가 잇따르면서 개정이 이뤄지던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4·3특별법)에도 영향을 미쳤다. 결국 '군사재판·일반재판 피해자에 대해 각각 직권재심과 특별재심을 실시한다'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이 지난해 316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간략히 정리하자면 군사재판 피해자는 검사가 직권으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는 것이고, 일반재판 피해자는 '형사소송법 제420'에서 정한 사유를 충족하지 않더라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후 대검찰청은 군사재판 피해자를 위해 지난해 1124'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을 출범시켰으며, 제주지방법원도 최소 3000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군사재판·일반재판 피해자의 빗발치는 재심 청구에 대비, 올해 221'4·3 재심사건 전담재판부'를 신설했다.

 59일 기준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이 재심을 청구한 인원은 160명이며, 4·3 전담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인원은 113(군사재판 80·일반재판 33)이다.

 4·3 재심사건 전담재판부의 초대 재판장인 장찬수 부장판사는 "4·3특별법 개정에 따라 이뤄지는 특별재심은 제주4·3사건 후 오랜 시간이 흘러 재심 청구를 위한 자료수집의 어려움,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피고인들이 대다수라는 점 등을 고려해 재심 청구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입법자의 결단"이라며 "전담재판부는 앞으로도 위와 같이 개정된 법률의 취지, 제주4·3사건의 실체적 진실과 역사적 의미 등을 고려해 객관적이고도 공정한 자세로 재판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재판 피해자 구제책 절실

검사가 피해자를 찾아내 재심 청구까지 진행하는 군사재판과는 달리 일반재판은 피해자 혹은 유족이 직접 나서야 하는 점 때문에 재심 청구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개인이 변호사를 선임해 법원에 재심을 청구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차치하더라도, 아예 당사자가 재심 대상자인 것조차 모르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재판 피해자의 특별재심은 '194731일을 기점으로 194843일 소요사태 및 1954921일까지 제주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기소돼 유죄를 판결받은 자'라면 청구가 가능하다. 특히 4·3 전담재판부가 미군정 재판을 판단할 수 있을지 여부 4·3 희생자 미인정 조카가 청구권자로 가능한지 여부 판결문 부존재 등에 대해 '재심 청구가 가능하다'고 판단하면서 문턱은 더욱 낮아졌다.

일반재판 재심 청구 방법은

할머니의 남동생(외삼촌 할아버지·진외종조부)4·3희생자인 필자가 직접 재심 청구 절차를 알아봤다. 4·3희생자 결정서에 따르면 외삼촌 할아버지(이하 할아버지)18살이던 1948년 여름 군·경에 체포돼 육지 형무소로 끌려간 뒤 행방불명됐다.

 먼저 인터넷으로 할아버지 이름을 검색, 4·3아카이브에 보관된 당시 신문 기사를 찾을 수 있었다. 19481130일 오후 3시 광주에서 재판을 받고 검찰 구형과 동일하게 단기 3·장기 5년을 선고받았다는 내용이다.

 이 신문 기사를 토대로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국가기록원에 할아버지와 관련된 자료를 요청했고, 3일 만에 할아버지의 구류와 구공판(기소) 날짜가 적시된 '형사사건부'를 받았다. 다만 할아버지가 어느 형무소로 갔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다고 국가기록원은 답변했다.

 할아버지의 4·3희생자 결정서와 신문 기사, 형사사건부를 들고 법조계에 재심 가능 여부를 문의했고, '충분히 청구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얻었다. 현재 일반재판을 받은 피해자 10여명과 함께 재심 청구를 앞둔 상황이다.

 재심 청구를 준비하는 변호사는 "군사재판이든, 일반재판이든, 재판을 받았다는 사실이 있으면 4·3특별법에 따라 재심 청구가 가능하다"면서 "유족이 직접 자료를 발굴하는 것도 좋지만, 피해자가 재판을 받았다는 사실만 있어도 법조계 혹은 4·3단체를 통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재판 과정에서도 재판부나 검찰이 국가기록원에 자료를 요청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주4·3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은 군사재판 수형인 명부에 기재된 2530명의 재심을 맡고 있다. 한문으로 된 수형인의 성명과 나이, 직업, 본적지, 판정, 선고일자, 형량 등을 정리하고, 행정안전부와 제주도를 통해 이들의 생존 및 유족 여부 등 인적사항을 확인, 법원에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하는 것이다.

 합동수행단의 초대 단장인 이제관(57·연수원 20) 서울고검 검사는 대검찰청과 법원행정처에 요청해 '4·3 전담 재판부' 신설을 이끌어내는 등 단장으로서 정무적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제주 출신으로 어느 검사보다 4·3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변진환(49·연수원 38) 검사는 70여년전 작성돼 판독이 어려운 형사사건부와 명부 등을 분석하는 것은 물론 제주 사투리를 쓰는 고령의 수형인 유족들의 얘기를 듣고 정리하는 실무적 역할을 맡고 있다. 한자 1급의 능력자인 정소영(38·변호사시험 2) 검사는 과거 작성된 수형인 관련 문서를 국문으로 해석해 정확·신속한 재심 절차를 견인하고 있다.

검찰, 군사재판 희생자 재심 직접 나서 

이제관 단장을 만나 합동수행단의 역할과 목표, 애로사항을 들어봤다.

 "직권재심을 3년 안에 마치는 것이 목표입니다. 격주로 30명씩, 3년 동안 재심을 청구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일도 손에 익으면서 4월 말 6차 직권재심 청구부터는 인원을 20명에서 30명으로 늘렸습니다."

 가장 큰 애로사항은 과거 작성된 자료에 대한 해독을 꼽았다.

 "당시 기록은 사람이 휘갈겨 쓴 거라 해독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름 중 한 글자가 갑()인지, ()인지 알 수 없는 경우를 사례로 꼽을 수 있겠네요. 별 거 아니라고 여길 수 있지만, 재심 절차에서는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절차의 정당성과 신빙성을 판가름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변진환·정소영 검사의 한자 능력이 탁월한 데다, 제주도 4·3지원과에서도 제적등본 등을 통해 확인 작업을 해주면서 해독이 한결 수월한 상태입니다."

 수형인 유족에게 재심 대상자 통보를 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세월이 하수상해서 전화를 드리면 의심부터 하셔요. 심지어 보이스피싱 아니냐는 말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언론 보도를 통해 직권재심에 대해 많이 알려지면서 지금은 그나마 설득이 쉬운 상황입니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른바 검수완박)에 대해서는 너무 심려치 말라는 당부를 전했다.

 "수형인의 생존 여부와 유족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주민조회(경찰)와 통신 가입자 조회(통신사)를 하는데, 이게 '수사권'입니다. 만약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된다면 합동수행단이 조회를 할 수 있는 근거가 사라져요. 그러나 법안의 유예기간이 존재하고, 직권재심에 한해 검사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4·3특별법 개정도 요구할 예정이기 때문에 유족분들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4·3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은 수형인 200여명에 대한 확인은 탐문수사를 통해 진행된다.

 "희생자로 신고되지 않으면 자료 확인 자체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오기가 많은 과거 기록 만으로는 수형인의 신원 확인이 힘들기 때문이죠. 현재 제주도와 팀을 구성, 본적지에서의 탐문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 같은 성씨의 족보를 확보해 분석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과 포부를 물었다.

 "검사가 재심을 청구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일반적인 검사는 한 번도 겪지 못할 상황이죠. 그래서 참 보람되고 영광이라고 느낍니다. 도민들에게 따뜻한 격려를 받는 검사가 어디있겠습니까. 임기가 언제까지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단장으로 있는 동안 만큼은 수형인 명예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습니다."   원고 정리 : 송은범 한라일보 차장